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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후 다시 잡는 리바운드-<리바운드>(2022)영화와 맥주 한 잔 2023. 4. 11. 13:10
무언가에 실패한 이후 다시 기회를 잡으려 애쓰는 시기가 있다. 마치 농구 경기에서 골대를 맞고 튕겨져 나오는 공을 다시 잡으려는 행위인 리바운드를 하는 것이 그런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수없이 골대에 맞고 튕겨져 나와도 다시 리바운드를 잡아내면 골대 근처에서 다시 한 번 더 골 넣을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리바운드로 잡은 기회는 그걸 못 잡은 것보다 시간이 덜 들고 덜 힘들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골을 넣기 위해 만들어왔던 주변 상황들을 그대로 다시 이용하면서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렇게 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목표를 세우고 또 실패한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또 필요하면 주변 동료에게 패스를 한다. 결과를 얻었든 얻지 못했든 그 치열한 과정에서 적어도 자신은 원했던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선다. 그만큼 내가 성장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없이 반복되는 실패와 그것을 만회하려는 리바운드 같은 노력은 다음에 이어질 목표과 기회를 놓치지 않게 만드는 발판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실패를 집중해서 보고 있다가 그것을 최소화하려 노력한다. 어쩌면 그것을 인생의 리바운드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인생의 리바운드, 다시 잡은 기회
영화 <리바운드>는 2012년도에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던 부산 중앙고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야기다. 영화의 제목이 <리바운드>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 안에 등장하는 팀과 구성원들은 실패를 경험하고 그것을 극복하려 애쓴다. 기존에 부산 중앙고의 농구팀은 지원자가 없어 없어질 위기에 있었다. 그 상황에서 학교 운영진들은 최대한 적은 돈으로 구단을 운영하기 위해 학교에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무하던 양현(안재홍)을 감독으로 임명한다.
과거 부산 중앙고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는 양현은 길거리 농구를 하던 학생과 기존의 선수들을 힘들게 모집해 구단으로서 인원을 겨우 맞춘다. 중학교에서 농구팀에 있었던 기범(이신영), 규혁(정진운)을 비롯해 순규(김택), 강호(정건주), 재윤(김민) 등의 선수는 전국대회에 나가 예선통과를 목표로 훈련을 시작한다.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건, 이렇게 모이게 된 팀원들 대부분이 실제 공식적인 경기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중학교 때 농구 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은 있지만 큰 경기에서 무언가 결과를 만들어낸 선수들은 없었다. 그러니까 감독을 포함한 선수들 모두 농구라는 영역에서는 실패자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들이다. 또한 농구 초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형편없는 실력을 가진 멤버들도 포함되어 있다. 감독 양현의 입장에서는 그런 모든 요소들이 만들어낸 구멍을 최대한 없애는 것이 시급히 해야할 일이었다.
실패자와 초보자들로 구성된 선수단
영화가 중반까지 보여주는 첫 전국대회에서 실패하는 과정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결과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팀원들과 갑자기 이탈한 팀원 등 안 좋은 일들이 겹쳤던 경기는 부산 중앙고의 실패를 확실히 보여준다. 영화가 힘을 얻는 건 실패한 이들이 다시 ‘리바운드’ 즉 그 실패를 만회하려 힘을 모이기 시작하는 과정이 보이면서부터다.
실화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조금만 검색해 보면 관련 기사와 팀의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총 등록선수가 6명이었고 그나마 한 명의 부상으로 모든 경기를 후보선수 없이 5명이 뛰어야 했던 부산 중앙고가 전국대회에서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세세한 과정은 알려져 있지 않다. 영화는 그런 경기의 모습에 가려진 인물들의 뒷모습을 잘 간추려 관객에게 전달한다.
영화 전체가 공을 던지고 튕겨져 나오는 공을 리바운드하는 과정처럼 보인다. 선수들보다는 감독 양현이 다시 기회를 잡아 목표를 이루려 하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선수들의 얼굴도 중요하게 등장하게 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얼굴은 바로 경력없는 젊은 감독이라 무시당하던 양현이다. 이미 선수로서의 경력을 잃은 그는 농구로 자신의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려 한다. 결국 그는 자신을 무시하던 이들 앞에서 멋지게 ‘리바운드’를 해낸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과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무척 잘 어울린다.
왜 좋은 팀이 되었는지를 설명하지 못하지만, 실감나게 촬영된 경기
아쉬움이 없진 않다. 부산 중앙고가 대단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고,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경기의 모습도 꽤 생동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부산 중앙고가 어떤 방법으로 결과를 얻어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어떤 방식으로 훈련을 하고 어떤 작전을 써서 결승까지 올라가게 되었는지를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영화가 강조하는 건 선수들의 투혼과 버티기다. 그런 디테일이 보이지 않는 건 아쉽다.
그래도 이 영화는 농구라는 스포츠가 가지는 역동성과 에너지를 놓치지 않고 있다. 경기 장면은 지체하지 않고 빠르게 진행되고 실제 대회의 경기에서 있었던 장면들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진짜 관중석에서 대회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이 영화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은 영화에 자신이 잘하는 유머러스한 장면을 살짝 넣으면서도 진중한 경기의 분위기를 놓치지 않았다.
영화 <리바운드>의 인물들은 여러 번의 리바운드를 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손을 뻗는다. 비록 잡지 못해도 최선을 다해 다른 기회를 잡으려 애쓴다. 모든 인물들이 자신들이 가진 공통의 목표를 보면서 거기에 다가가기 위해 힘을 쏟는 모습은 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어쩌면 부산 중앙고의 선수들에게는 가장 성공적인 ‘리바운드’였을 2012년 전국대회는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리바운드’를 할 힘을 전달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따뜻하고 힘을 주는 이야기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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