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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소재를 잘 살리지 못하다-<도굴>(2020)영화와 맥주 한 잔 2021. 1. 18. 14:29
다른 사람의 무언가를 훔치는 일을 보는 건 흥미롭다. 특히 그것을 소유한 사람이 절대 악인이거나 나쁜 행동을 많이 한 사람이라면 그것에 대한 벌을 한다는 의미에서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케이퍼 무비 또는 하이스트 필름이라고 하는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훔치는 범죄를 다룬다. 그래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범죄 계획을 세세하게 나누고 그것을 실행할 때 여러 위기를 극복하는 장면, 그리고 결국 성공하고야 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재미를 준다.
영화 <도굴>은 그런 케이퍼 무비의 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강동구(이제훈)가 중심이 되어 존스 박사(조우진), 삽다리(임원희) 등이 함께 팀을 이루어 서울 선릉 내부에 있는 보물을 찾는 것이 영화의 주 내용이다. 강동구는 팀의 리더이기도 하지만 과거에 아버지를 죽인 인물을 찾고 있다. 영화에서 보물을 수집하는 부자로 나오는 회장 상길(송영창)이 그 악당이다. 과거 아버지를 죽인 후 자신을 산채로 땅에 묻은 인물이다.
영화는 강동구의 과거로부터 시작하여 복수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초반 금불상을 훔치거나 중간에 고구려 벽화를 훔치는 계획 그리고 선릉 내부로 들어가 보물을 찾는 모든 행위가 결국에는 개인적 복수를 위한 것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존스 박사나 삽다리 등의 전문가가 등장하지만 매우 한정적인 역할로만 머무르고 감정적인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그저 기능적으로 사용되어 버리고 만다.
어느 편인지 모르는 역할로 등장하는 윤실장(신혜선)은 그나마 영화 속에서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끝까지 그가 어느 편에 설지 알 수 없고, 그가 생각하고 있는 계획도 드러나지 않는 의외의 인물이다. 이렇게 인물의 구도 자체는 매우 다채롭지만 생각보다 속도감이 나지 않아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힘이 떨어진다. 선릉을 도굴한다는 발상 자체는 독특하고 신선하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지나치게 생략되어 있거나 너무 쉬워 긴장감이 떨어진다. <도둑들>이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 비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들이 범죄를 계획하는 과정에서 오는 쾌감은 적고, 실제 선릉 도굴의 속도감이 떨어지다 보니 결말의 쾌감도 생각보다 덜한 편이다. 그래도 긍정적인 기분으로 극장을 나올 관객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범죄 오락영화라는 타이틀처럼 생각 없이 가볍게 보기에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 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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