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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에 보면 좋은 영화-<지금 만나러 갑니다>(2018)영화와 맥주 한 잔 2020. 7. 2. 16:45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봄은 찾아온다.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운 정세이고, 또 그 와중에 누군가와 이별을 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각자가 맞이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 찾아온 봄을 우리는 제대로 맞이하기 어렵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수가 되어 있는 지금, 날씨는 꽤 따뜻해졌고 하늘은 맑다. 그리고 여러 가지 꽃들이 피기 시작해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이렇게 따뜻한 봄날, 집 위주의 생활을 해 나가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그것을 버틸 수 있는 건 우리에게 주어진 다양한 크기의 화면 들일 것이다. 컴퓨터 모니터, TV 등의 화면 속 많은 드라마, 영화, 프로그램을 보면서 위로를 받고 때론 의지한다. 그런 기기는 시간을 보내주는 친구지만, 무엇보다 이런 상황을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건 바로 옆에 있는 가족일 것이다. 무심하지만 옆에서 말 한마디를 건네주고, 상대방의 안위를 걱정해주는 그 가족은 늘 우리 곁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봄과 다르지 않다.
따뜻한 봄에 어울리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어쩌면 이 가족의 이야기야 말로 따뜻한 봄에 어울리는 이야기 일 것이다. 영화는 펭귄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며 시작한다. 펭귄 엄마가 죽어서 하늘나라에서 아들을 지켜보다가 비올 때 땅으로 내려와 아들을 만나고, 비가 그치면 다시 구름나라로 돌아가는 동화는 이 영화가 들려주고자 하는 핵심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영화는 서툰 아빠 우진(소지섭)과 그의 아들 지호(김지환)의 생활을 보여준다. 그들의 마음에 큰 부분을 차지했던 지호 엄마 수아(손예진)는 얼마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들에게 수아가 없는 집이라는 공간은 따뜻함이 사라진 공간이다. 모든 것이 어색하고 공허하게 느껴지는 그들의 모습은 그들이 느끼는 절망감과 그리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 보여준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호는 꿋꿋하게 학교 생활을 하고, 또 다른 병을 앓고 있는 아빠를 보듬는다. 그들에게 엄마, 아내라는 봄은 사라졌지만, 지호 스스로가 따뜻한 봄을 만들려 노력한다. 우리 누구나 그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남은 가족들을 위해 힘을 내는 경우가 있다. 나이가 적고 많음을 떠나서 내 아픔을 상대방도 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때 우리는 스스로 봄이 되려 애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 그 노력은 봄을 만든다.
죽은 수아의 등장으로 다시 찾아온 봄
어느 날 터널 입구에 쓰러진 수아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세 사람 모두에게 수수께끼를 던져준다. 수아는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우진과 지호는 죽었던 수아가 왜 갑자기 돌아온 것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고민은 그저 시간만 보낼 뿐이다. 다시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마음이 가는 일이다.
같이 장난을 치고, 요리를 해 먹고 산책을 하고, 이 평범한 삶의 순간순간을 같이 공유할 상대방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누군가가 떠나거나 아프면 더 절실히 깨닫게 된다. 주인공들이 우연히 다시 만나 그 평범한 일상을 같이 지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관객들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갑자기 나타난 수아는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우진과 지호는 걱정하며 최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의 불안감으로 인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은 영화 속에서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묘사된다.
영화의 후반부는 수아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우진과 수아의 과거 연애 이야기가 우진의 입을 통해 전달되고, 수아의 입을 빌려 미래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 해준다. 만약 앞으로 나에게 일어날 일을 다 안다고 하면 원래 선택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영화 속 우진은 과격한 활동을 하면 쓰러지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미래에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혼해서 앞으로 나에게 벌어질 일을 모두 안다면 그 선택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영화가 던지는 이 질문은 사실 2017년에 개봉했던 영화 컨택트에서 제기하는 질문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수아와 우진, 두 주인공 모두 다시 자신이 아는 그 길을 그대로 따라간다. 그렇게 그저 자연스럽게 가만히 놔두고 그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따뜻한 봄으로 한 걸음씩 걸어간다. 어쩌면 그것을 찾아가는 작은 과정 하나하나에서 얻는 행복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두 사람이 만나서 새롭게 만나게 되는 자녀나, 주변 사람들과의 좋은 추억과 관계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일 것이다.
방구석에 있어도 찾아오는 봄, 그리고 가족
결국, 봄은 온다. 그 봄은 바로 가족일 것이다. 언제나 옆에서 내 편이 되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한 집에 사는 가족과의 시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영화 속 수아는 자신의 미래에 추운 겨울이 올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늦은 봄 비 내리는 거리에 우진과 서있던 그때의 따뜻함처럼, 봄이 곧 찾아올 거라는 것을 안다. 자신에게 오는 겨울이 남은 가족인 우진과 지호에게 계속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들과 같이 있는 동안 최대한 따뜻한 봄이 되려 노력한다. 그렇게 수아는 스스로 따뜻한 행복을 만들어간다. 영화 말미 수아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잘할 거야. 그렇게 되어 있어".
어쩌면 우리가 사랑하고 결혼하는데, 그 대사와 같은 믿음이 필요할 것이다. 상대방을 믿고 앞으로의 일이 잘 될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평범한 행복을 찾게 된다. 다시 과거로 간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미래보다는 보이는 따뜻한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행복할지 모른다. 그 시간이 짧고 긴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같이 있다는 그 사실이 중요하다. 그리고 행복할 거란 그 믿음이 실제로 행복을 만든다.
영화는 따뜻한 봄의 느낌처럼 화면 하나하나가 아름답다. 무엇보다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 소지섭과 손예진은 이런 따뜻한 멜로 영화에 정말로 잘 어울리는 배우들이다. 두 사람 모두 사랑스럽고 같이 등장하는 장면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영화의 촬영지 배경이 춘천인데, 역시나 춘천은 아름다운 도시다.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이 더욱더 영화를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많은 사람들이 방구석에서 화면을 바라보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 영화를 같이 보면서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고, 집안에 이미 가득 차 있는 따뜻한 봄, 가족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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