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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두 토르, 로맨스를 완성하다-<토르 러브 앤 썬더>(2022)영화와 맥주 한 잔 2022. 7. 10. 19:26
일생에 한 번은 자신을 완전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그것에 대해 인정하지 못하지만 그 사람과 이별의 순간을 맞은 이후에 그것으로 인한 공허함이 마음을 채운다. 그 공허함은 나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잊게 만든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위로를 받고 또 할 일을 해나가지만 과거와 같이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 지난한 마음의 혼란스러움이 정리된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그건 마음의 성장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완벽한 짝이라고 믿었던 사랑과 이별하게 되었을 때, 그것을 극복하는 건 그렇게 자기 자신을 온전히 들여다본 후에나 가능하다.
이별은 마음속엔 늘 채워지지 않았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토르> 시리즈에서 연인 관계였던 토르(크리스 햄스워스)와 제인(나탈리 포트만)은 서로 잘 맞는 커플이었다. 하지만 토르는 인간을 뛰어넘는 신적인 존재였고 제인은 조금 똑똑한 인간이었을 뿐이다. 둘은 어느 시점 이후 관계를 정리한다. 하지만 이별 후 이들은 과거의 상대방에게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토르는 세상의 반이 죽어나가는 극한의 경험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자신을 가두었고, 제인은 자신의 연구에만 몰두했다. 토르는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제인은 자신에게 슈퍼히어로 같은 극한의 능력이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함을 잃었다.
토르와 제인의 재회를 보여주는 네 번째 단독 영화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는 토르와 제인이 다시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마블의 1세대 히어로인 토르는 이번 영화가 네 번째 시리즈다. 다른 히어로 영화들과는 다르게 가장 많은 단독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1편과 2편에 등장했던 제인 캐릭터를 3편에는 등장시키지 않았다가 이번 4편에는 다시 등장시키게 되는데, 그래서 이번 영화에는 로맨스적인 요소가 상당 부분 다시 포함되었다. 3편이 유머와 경쾌함을 극대화시켰던 영화라면, 이번 4편은 유머와 경쾌함은 조금 톤을 낮추고 로맨스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다.
영화 속 다시 등장하는 제인은 암 말기로 건강을 잃은 상태다. 반면 토르는 여전히 심리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자신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확신을 하지 못해 명상을 하거나 다른 친구들을 도우면서 그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 시기에 제인은 지구에 있는 아스가르드 마을에 있는 망치 묠니르가 자신을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고 그 묠니르를 얻게 된다. 적어도 묠니르를 들고 영웅으로 활동할 때는 그에게 아픈 모습은 없다. 활기차고 건강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망치를 놓는 순간 다시 말기 암 환자의 핏기 없는 모습이 나온다.
제인과 토르가 다시 만나게 되는 건 영화의 빌런인 고르(크리스찬 베일)가 하려는 일 때문이다. 누군가와 거래하여 온 세상의 신을 죽이고 다니는 빌런 고르는 자신의 딸이 죽은 이후 신들에게 반감을 가지게 되는 캐릭터다. 이 영화에서 그가 신들을 죽이는 목적은 결국 우주의 절대적 존재인 이터널과 소통하여 죽은 딸을 다시 살리는 것이다. 그의 목적에 따른 행동은 토르를 지구로 불러들이고 과거 연인이었던 제인과 다시 만나게 만든다. 그리고는 이들이 다시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풀어나가는 과정에 좀 더 집중하여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기능적으로만 활용되는 빌런 고르
영화는 빌런 고르가 가지게 되는 분노에 대해 이해시키려 하고 그가 신들을 죽이는 행동을 계속해서 보여주면서 긴장을 만들어가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가 죽이려는 신들의 모두가 타락한 것은 아닐 것이고 그 방법 자체도 너무나 폭력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가 아스가르드의 아이들을 납치하여 토르를 협박하는 장면은 딸을 잃은 아빠가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고르가 왜 빌런이 될 수밖에 없는지 그의 사연을 먼저 보여주고 시작하게 되는데, 그것이 가진 설득력은 영화의 말미 아이들을 납치하고 협박하면서 없어져버린다.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빌런 고르는 단지 제인과 토르를 만나게 하는 기능적인 역할로 보인다. 마블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전체 마블 유니버스 안에서 봐도 고르의 역할은 매우 한정적으로만 소비된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렇게 빌런을 소비하면서 영화는 마이티 토르가 된 제인과 토르가 만나면서 벌이는 로맨스에 좀 더 집중한다. 전작인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보여줬던 재치와 유머들이 여전히 이번 영화에도 포함되어 있다. 토르의 우스꽝스러운 말투와 슬랩스틱 코미디 같은 행동은 제인과의 재회 순간에 활용되며 독특한 웃음을 선사한다. 또한 두 토르가 같이 전투를 벌이면서 서로 도와주는 장면은 꽤 완벽해 보인다.
그렇게 힘을 얻어 마이티 토르가 된 제인과 토르는 비슷한 힘을 가졌고, 서로 만나며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졌다. 결국 이 영화에서 이들이 다시 만나 서로가 겪은 혼란과 정신적인 성장을 서로 확인하고 진정한 사랑을 발견해 낸다. 과거 <토르> 1편과 2편에서의 제인은 상황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지 못하고 토르에 의지해야 했지만 이번에 다시 등장한 제인은 자신의 운명을 자기 자신이 결정한다. 위기의 상황에서 토르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한다는 점에서 좀 더 주도적인 캐릭터로 거듭나게 된다.
유머는 줄이고 로맨스는 늘리고
사실 토르라는 캐릭터는 초기 마블 세계관에서 그렇게 인기 있는 영웅은 아니었다. 케네스 브레너 감독이 연출했던 <토르 천둥의 신>은 너무 어둡고 심각한 스타일의 영화였고, 마블 특유의 경쾌한 느낌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 영화였다. 알랜 테일러 감독으로 연출자를 변경하고 완성한 <토르 다크 월드>도 마찬가지였다. 분위기는 너무 심각하고 어두웠다. 영화 완성도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았다. 마블은 다시 감독을 타이카 와이티티로 바꾸고 <토르 라그나로크>를 내놓는다. 과거 토르 시리즈와 다르게 유머와 경쾌한 음악이 들어간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영화로 성공적으로 재탄생되었다.
이번 <토르 러브 앤 썬더>는 3편의 감독인 타이카 와이티티가 다시 연출을 맡았다. 유머와 경쾌한 음악이 포함되어 있지만 전편에 비해서는 조금 강도를 낮췄고 로맨스를 추가시키면서 조금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런 시도가 그렇게 성공적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유머와 로맨스가 균형 있게 들어가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 애매한 느낌이 든다. 빌런 고르가 만들어내는 긴장감 있는 분위기도 적절하게 살아나지 않는데 긴장감이 올라갈 때마다 유머나 로맨스 장면이 이어지면서 그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는 결국 일생에 한 번은 만나는 완벽한 연인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다. 토르와 제인이 만들어내는 우스꽝스러운 재회와 러브스토리가 영화의 마지막 전투까지 이어진다. 이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확인한 이후 보여주는 각자의 모습은 심리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모든 이야기를 토르의 성장과 치유의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전반적으로 유쾌하게 볼 수 있는 마블 영화지만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분위기다. 토르가 던지는 유머와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조금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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