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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묻혀있는 진실, 변하지 않은 권력-<블랙머니>(2019)영화와 맥주 한 잔 2020. 7. 16. 22:04
민주화가 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검사들을 믿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여전히 기득권층은 청산되지 않고 존재하며, 법에 따라 수사하고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검사들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국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검찰에서도 어떤 검사들은 진짜 정의를 추구하며 수사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 검사들은 권력과 결탁하여 전혀 다른 곳으로 사건을 이끌기도 한다. 그렇게 사건으로 정국을 흔드는 그들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 그 힘을 기세 등등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보이지 않게 흔드는 그 권력놀음에 여전히 사회는 흔들리고 여론은 요동친다.
특히나 경제적인 사건은 많은 국민들이 제대로 그 핵심을 보기 어려운 점이 많다. 전문적인 용어가 등장하고,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면서부터 어떤 식으로 보아야 할지 혼돈스러워 자세한 해설을 읽지 않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기자들이나, 전문가들은 단순하게 사건을 해설해주려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그런 경제적인 사건들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권력자들은 경제 제도의 틈을 이용해 자신의 재산을 불리거나 여러 가지 편법 투자를 시도해 왔다. 아주 복잡한 방법으로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 쉽게 그것이 범죄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게 된다.
과거 론스타 먹튀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블랙머니>
영화 <블랙머니>는 그 당시 편법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채우려 했던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뒷배경을 차지하고 있는 론스타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극적으로 구성한 영화다. 사실 해당 사건을 잘 알기 못하는 이들이 있기에 최대한 사건을 쉽게 설명하려 하면서 양민혁 검사(조진웅)가 극적으로 이 사건을 파헤쳐 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영화의 내용 하나하나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가려내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에 그런 비슷한 시도가 있었고, 이미 벌어진 사건 안에서 그 진실을 파헤치고 편법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려는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으로 이익을 본 사람이 어떤 계층인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내면서 사건 자체보다는 그 과정에 각 위치에 있었던 인물들의 입장과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에서 양민혁 검사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수성가한 인물로 진실을 밝혀내려는 유일한 검사로 등장한다. 자신의 피의자가 자살하면서 성추행 검사라는 오명을 받게 된 그는 누명을 벗고자 자신의 피의자에 대해 조사하면서 피의자가 대한 은행 헐값 매각 사건의 중요 증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시작한 그의 수사는 그가 진실에 하나하나 다가설 때마다 큰 벽에 막힌다. 대한 은행 헐값 매각 사건에는 숨은 금융 권력자인 모피아(MOFIA)들이 뒤에 있었고 그들의 법률 대리인인 김나리 변호사(이하늬)는 그들을 변호하기 위해 투입된 국제적인 인재였다.
영화 속 유일한 양심, 검사 양민혁
검사의 입장에서 검은 진실을 파헤치려는 본능에 따르는 양민혁 검사는 검찰 내부에서 계속 소외되고 사건에서 배제당한다. 서울지검 중수부장(허성태)에게 번번이 무시당하는 그는 내부에서도 권력에 복종하는 일원들에게 번번이 제지당하기 일수다. 영화는 주인공인 양민혁 검사 이외의 검사들은 선악이 명확하지 않게 묘사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권력지향적인 인물은 영화 후반부에 그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영화 후반에는 진실을 밝히려는 양민혁 검사와 진실을 묻으려는 중수부장을 대비시켜 긴장감을 높인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피아, 즉 권력층들은 여전히 그 권력을 발휘한다. 그들이 함께 모여 의견을 나누고 그 의견대로 경제적인 사건이 진행된다. 그들이 동원할 수 있는 편법이 그렇게 은밀한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고 그것이 권력자들의 손아귀에서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청와대, 검찰 등에 힘을 발휘하여 그들이 원하는 것을 손에 쥐어주려 애쓴다. 영화 후반부 서울지검 중수부장이 대한 은행 매각 사건의 주도자로 의심받는 권력자 이광주(이경영)를 만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권력이라는 힘 앞에 진실이 얼마나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한 은행 매각 사건을 변호하는 김나리 변호사는 거대한 사건의 중간에서 최대한 중립을 지키려 애쓴다. 자신과 인연이 있는 권력자 이광주와 아버지의 관계로 막역한 사이지만 그가 양민혁 검사를 만난 이후에는 더더욱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려 노력하는 내부자다. 그는 최대한 올바른 길로 가려 노력하지만 그의 선택은 어쩔 수 없는 벽에 의해 제압당하고 만다. 사실 돈이라는 것은 어디에도 있으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디론가 흘러들어 가 생각지도 못한 영향을 받을 때가 있다. 그만큼 그 액수가 커지면 자신이 받는 영향력이 더욱 커진다. 김나리 변호사는 그런 돈의 힘에서 최대한 객관적이려 노력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얽히게 된 그 자신의 돈의 힘 때문에 정의에 다가갈 기회를 잡지 못하고 만다.
2019년 현재에도 많은 진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보이지 않게 묻혀버린다. 영화 속 양민혁 검사는 그 진실을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해 결국 검사라는 직업을 내려놓아야 했다. 그렇게 검찰 내부의 권력에 대항해 진실일 밝히려 노력하는 검사들은 검찰 밖으로 나와 변호사가 되거나 다른 활동을 한다. 결국 검찰 내부에 남아 있는 이들은 권력을 지향하는 이를 따라 내부의 권력자가 된다. 어쩌면 막강한 검찰의 힘은 그런 권력을 향한 지향에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에는 많은 경제 전문용어가 나온다. 그 모든 용어를 영화는 쉽게 풀어서 전달하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은 관객이 다 기억할 수는 없다. 그래서 영화는 상황적인 설명에 더 집중한다. 어떤 방식으로 영화 속 대한 은행이 헐값에 매각되고, 왜 그 이면에 외국을 소재로 하고 있는 페이퍼 컴퍼니가 등장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를 아주 간단한 방식으로 하나하나 설명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사건의 대표적인 줄기 정도는 파악이 가능하다. 그것이 이 영화가 론스타 사건을 영화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결국 영화를 본 관객들은 그 사건이 편법으로 이루어진 거래였으며, 그 이면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 즉 한국인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만은 기억할 수 있다.
이해하기 쉽고 무난하게 풀어낸 이야기, 그리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검찰
양민혁 검사 역할을 맡은 조진웅은 이 영화에서 가장 조진웅 다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껄렁한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모습은 관객에게 작은 희망을 느끼게 한다. 그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자수성가한 인물이라는 점은 아주 흔하게 등장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조금 촌스러운 설정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진실을 파헤쳐 가는 정의로운 검사로서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김나리 변호사를 맡은 이하늬는 영화 속 중간점을 잘 받치고 있는 캐릭터로서 적합한 연기를 보여준다. 적당히 딱딱하고 전문적인 모습도 갖춘 그는 영화 속 양민혁과 함께 유일하게 양심을 갖춘 지식인으로 등장한다.
영화가 실제 현재까지 진행 중인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서 무난하게 구성되어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권력자와의 대결과 노동자의 투쟁 장면은 이미 여러 영화에서 보아왔던 모습이기 때문에 조금은 투박하고 기시감이 많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실제 사건이라는 그 자체의 흥미로움이 시선을 끌지만 영화의 전개가 너무 예측 가능한 길로만 향하기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극적인 흥미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검사 신분증을 던지면서 진실을 밝혀야겠다고 외치는 양민혁 검사의 모습은 지금 현재 검사들의 모습이 어떤지를 돌아보게 한다. 여전히 실체적 진실은 묻혀있고, 검찰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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