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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한반도를 둘러싼 분쟁을 관통하다-<강철비2: 정상회담>(2020)영화와 맥주 한 잔 2020. 8. 6. 22:12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추구한다. 하지만 다양한 국가들이 상호 교류하고 있는 현재는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할 수는 없다. 그래서 외교라는 명목 하에 각 국가들은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협상을 해 나아간다. 외교에서는 단순히 한 가지 경우의 수만이 있지는 않다. 하나의 결정을 실행할 때 어떤 국가에는 이익이 되지만, 어떤 국가에는 이익이 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그것이 각 국가에 해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상대방을 설득하여 각자 어느 정도의 실리를 택하거나, 때로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극단적인 결정을 그대로 밀어붙일 때도 있다.
그런 국가들 간의 두뇌싸움과 힘싸움은 꽤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수히 많은 국가들 간 서로 원하는 이득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이익을 모두 추구할 수는 없고, 각 국가 이익의 정반합이 이상적으로 실현되지 않을 때도 있다. 특히 동아시아권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한과 북한, 그리고 그 주변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남과 북의 교류를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분단이 이루어지던 상황에서도 한국의 의견 반영 없이 주변 국가의 협의로 진행되었고, 그것이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남한과 북한 각자의 이익을 반영한 외교적 협의도 어려운데, 주변 국가들의 이익들도 신경 써야 하니 남북 외교의 방정식은 이미 풀기 어려운 고차원 방정식이 되었다.
주변국들의 입장과 배경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강철비>
사실 한반도의 이런 여러 가지 상황들을 재료로 하여 하나의 영화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는 쉽지 않다. 역사적인 배경 설명과 각 국가들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면서 관객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으로 구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3년 전에 개봉했던 영화 <강철비>는 한반도 주변의 복잡한 상황 중 핵심적인 것들을 재료로 가져와 영화적으로 간략히 활용하면서 결국에는 남과 북이 같이 한반도 문제의 해결점을 모색해 나가는 상황을 보여준 영화였다. <강철비>는 쉽게 풀어서 한반도 주변국의 성향과 생각을 정리하면서 두 주인공들이 얽혀 벌어지는 이야기도 재미있게 구성하였고, 영화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꽤 효과적으로 전달한 수작이었다.
이번에 개봉한 <강철비2: 정상회담>은 그 전편과 이어지는 시리즈는 아니지만, 한반도의 여러 복잡한 상황들 속에서 펼쳐지는 다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전편에서 북한군 출신 요원을 연기했던 정우성이 남한의 대통령 한경재를 맡았고, 전편의 남한 정부 인사였던 곽도원이 북한 쿠데타를 주도하는 호위총국장 박진우를 맡아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쿠데타 과정에서 납치되는 한국 대통령 한경재를 비롯해, 북한 위원장(유연석)과 미국 대통령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등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한반도를 둘러싼 각 국의 입장을 이야기한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은 영화 초반부터 중반까지 한반도 주변에서 은밀히 벌어지는 외교적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고 있다. 주변부에 위치한 중국과 일본의 관계부터, 미국과 남한, 북한의 상황과 입장을 보여주기 위해 나열된 다양한 장면들이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이어진다. 약간은 교과서적인 설명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이 부분을 따라가기 어려울 관객들도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한국 청와대 인사들이 등장한 이후부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주변부 상황이 적절히 다시 설명되어 큰 어려움 없이 중후반부를 볼 수 있다.
역할이 바뀐 등장인물, 그리고 좀 더 거시적인 이야기
영화는 전편과는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의 역할이 바뀐 것뿐만 아니라, 각 등장인물들의 역할도 좀 더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전편의 배우들을 대통령이나 호위총국장 등 높은 직급에 배치하면서 이 이야기가 좀 더 미시적인 관점에서 진행될 것임을 사전에 암시하고 있다. 전편이 거시적인 사건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남과 북 소속인들의 모습을 개인주의적인 관점에 무게를 줘 미시적으로 풀어나갔었다면, 이번 속편은 각 국가를 움직일 수 있는 고위층이 포함된 사건을 거시적으로 보여주면서 그 일에 대한 결과가 결국 어떤 방향으로 풀려나가게 되는지까지 거시적인 관점으로 풀어나간다. 다시 말해서, 전편은 좀 더 미시적인 관점에 비중이 있고, 속편은 좀 더 거시적인 관점의 비중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강철비2: 정상회담>에는 주인공인 두 배우들이 있지만, 사실 주인공들의 비중은 전편에 비해 높지 않다. 북한의 호위총국장이 벌이는 납치극과 잠수함 공격이 시작되기 전부터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 국가의 반응과 그것이 남한과 북한에 주는 영향이다. 남한은 미국과 중국의 반응을 고려하며 양국과 소통하지만 결국 미국에 영향을 더 받는다. 반면, 북한은 조금 더 중국의 영향권 안에 있다. 하지만 그런 국가 간의 연결고리는 남한과 북한만 단독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 중국은 각각 자신만의 관계를 설정해 오고 있다. 그 모든 연결의 실타래를 고려할 수 없다는 것을 영화는 각 나라의 반응들을 통해 하나하나 보여준다.
영화 속 대통령 한경재는 꽤 말이 없고 신중해 보인다. 어쩌면 영화가 바라보는 남한의 모습이 딱 한경재의 모습일 것이다. 남한은 꽤 좋은 경제력을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 국제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나라지만,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일본, 중국 사이에서 말을 많이 할 수 없는 처지다. 각 나라들의 의견을 들으며, 그것을 조율하고 중간중간 방향을 제언해 나가면서 긍정적인 외교적 결론을 유도하려 애쓴다. 할 말은 많지만 결코 그 말을 모두 다 뱉을 수는 없다. 그래서 영화 속 대통령 한경재는 납치 이후의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과 북위원장의 충돌과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극단의 상황에서 앞에 나서 해결점을 모색하고 중재하는 건 남한의 대통령이다.
북한 호위총국장이 주도하는 쿠데타는 중국을 바라보고 그들이 보호해 줄거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북위원장은 최대한 외교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고지하면서 미국과 마주 앉아 대화하고 협의해 나가려 하지만, 미국과 마주 앉는 것 자체를 반역으로 취급하는 북한 내부 세력의 반대를 맞닥뜨린다. 그 내부 세력의 입장을 호위총국장이 대변하면서 이 충돌을 영화적 긴장감으로 만들어간다.
기능적으로만 활용되어 버린 빌런 북한 호위총국장
전편과 다르게 특정 인물에 중심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 그나마 많이 보여지는 인물은 대통령 한경재 일 것이다. 그의 주변 인물들을 등장시켜 해당 인물에 대한 성격을 설명해 주지만, 그 외 인물들의 성향이나 특성은 거의 소개되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 속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호위총국장은 그의 개인적 전사를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영화에서 기능적으로 소비되어 버리고 만다. 오히려 후반부 등장하는 부함장(신정근) 이 대통령 한경재와 정서적 유대를 하게 되어 좀 더 이야기 속에서 잘 활용된다. 그래서 전편과 같이 남과 북 개인들 간의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적인 장면은 많이 줄었다.
정우성은 감성과 이성이 적절히 갖추어졌지만 고민이 많은 인물을 잘 보여주고 있고, 곽도원은 냉철한 북한 호위총국장을 날카롭게 연기하고 있다. 북위원장을 맡은 유연석은 의외로 영화와 잘 어우러져 영화의 유머와 긴장감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미국 대통령 역을 맡은 영국 배우 앵거스 맥페이든은 현실의 미국 대통령이 가진 특성을 최대화하여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표현한다. 이 네 배우는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다가도 유머를 선사하기도 해 좋은 케미를 보여준다.
영화의 액션은 거의 후반부에 집중되어 있다. 잠수함에서 벌어지는 수중전은 과거 비슷한 잠수함 영화 <유령>이 보여준 것보다 더욱 실감 나게 촬영되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전편과 같은 격투 액션은 없지만, 영화 후반부를 꽉 채우고 있는 잠수함 액션은 꽤 완성도가 높아 색다른 긴장감을 선사한다.
잘 짜여진 잠수함 액션의 긴장감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은 영화 시작하자마자 지도 상의 한반도를 보여주며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한반도라는 것을 강조한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각 국가 간의 반응들과 그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어떤 상황이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드러낸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인물들의 선택이나 행동이 중요하기보다는 각 국가들의 반응과 선택이 중요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전편에 비해서 인물들의 비중이나 긴장감은 못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는 잘 짜여진 우리 국가와 주변국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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