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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판단이 늘 옳은 걸까-<아웃사이드 더 와이어>(2020)영화와 맥주 한 잔 2021. 1. 23. 23:52
인류가 가진 AI에 대한 기대감에는 두려움이 함께 섞여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발전과 하드웨어의 발전으로 우리는 이미 여러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 더욱 기술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리라 기대하고 믿는다. 실제로 여러 생산과정 등에 로봇들이 활용되기도 한다. 물론 그 로봇이라는 것이 단순한 작업만 가능한 부품 정도의 개념이지만, 여전히 여러 연구자들이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개발 연구 중이다. 최근에는 인간의 모습과 비슷하거나 인간의 행동들을 동일하게 해 나가는 형태의 로봇들이 공개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 신기하고 편리함 이면에는 그것이 인류를 파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늘 숨어있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은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자신들의 상상 속에서 인류를 파괴하는 로봇이나 AI를 묘사하기도 한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인류 전체를 파괴하려 하는 전체주의 로봇이나, 미래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인물을 미리 파괴하려고 하는 터미네이터 같은 로봇들은 인간이 가진 근본적인 두려움을 영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개개인이 느끼는 두려움들과 로봇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는 것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을 선사하기도 한다. 아직은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해서 더 그런 영화들을 즐겨 보게 되는 것 같다.
영화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는 기본적으로 밀리터리 액션 장르에 SF 장르를 합친 이야기를 보여준다. 주인공 하프(댐슨 이드리스)는 드론 조종사인데 드론 조종을 마치 게임하듯 쉽게 조작하는 인물이다. 영화 초반 그가 적의 폭발물로 보이는 차량을 파괴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젤리를 입에 물고 드론을 조정하는데, 실제 현장의 상황은 긴박하다. 만약 하프가 차량을 파괴한다면 그 주변에 쓰러져 있는 아군 2명이 죽게 된다. 하지만 하프는 다른 수십 명의 군인을 구하기 위해 상관의 명령을 무시하고 미사일을 발사해버린다.
하프라는 캐릭터는 대를 위해 소 정도는 희생을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로봇이 가장 합리적인 시나리오로 선택하게 되는 상황이다. 즉, 하프는 로봇처럼 감정을 배제한 채 상황 판단을 하는 인물이라는 의미도 된다. 희생된 군인들에 감정을 이입한 다른 동료들은 하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합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는 올바른 결정을 내린 인물은 아니다. 그래서 그는 결국 징계를 받고 현장으로 파견된다.
영화에서 흥미로운 건 굉장히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 같이 보이는 하프를 안드로이드 로봇과 함께 일하게 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인간처럼 보이지만 계산에 의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로봇과 함께 일하게 함으로써 하프도 동일한 감정을 느껴보라는 의미였을까. 그래서 영화가 진행되면서 하프도 그런 비슷한 느낌을 받고 그것이 영화의 결말과도 연결된다.
합리적인 결정이 늘 옳은 것만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누군가가 희생되어야 하는 결정을 할 때, 가능하면 그 결정을 피하거나 모두 희생되지 않는 최선의 결과를 찾으려 애쓴다. 최악의 순간에는 차악의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그 결정을 내린 사람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것이 로봇과 인간의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 스트레스 없이 두 명을 죽일 수 있는 결정을 하는 하프는 어쩌면 영화에서 가장 인간성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영화 중간중간 아내에 대한 애틋함을 이야기하지만 하프가 진정으로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는 어렵다. 그가 로봇의 편에 서지 않았다고 해서 그의 판단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의 선택은 오래도록 남는다. 공감받지 못하는 불쾌한 기억으로.
안드로이드 로봇 리오(안소니 마키)는 하프보다 더 유연한 사고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농담도 하고 감성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영화 초반에는 하프보다 리오가 더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럼 그는 인간적인 사고를 하는 로봇인가. 믿을 수 있는 로봇인가. 이 질문은 우리가 이미 <엑스마키나>에서 던졌던 질문이다. 감정적으로 상대방의 말과 생각을 정말 공감하는 것 같아 보이는 그 로봇이 결국에는 믿을 수 있었던가. 그 질문이 이 영화에서도 동일하게 던져지고 주인공 하프를 그 시험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그 자신도 그 질문과 선택에 고통당한다.
인간이기에 감정적인 것을 떼어놓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합리성과 공감 또는 감정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어서 판단을 해나야가 하고 인류는 지금까지 그래도 이 선을 아슬아슬하게 지켜나가고는 있다. 하지만 앞으로 로봇이나 AI 기술이 더 발전하면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아무도 아직 알 수 없다.
그저 가벼운 액션 영화고 과거의 AI 로봇에 대한 설정들을 가져와 만든 전형적인 영화이지만 다시 한번 합리적 판단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주인공 하프가 영화에서 어떤 결정을 하든 관객의 공감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 로봇 리오는 오히려 호감이 가는 캐릭터다. 영화의 완성도는 실망스럽지만 그런 캐릭터 설정은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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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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