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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꿈을 이룬 다음엔 무엇이 있을까-<소울>(2020)영화와 맥주 한 잔 2021. 1. 28. 21:50
누구나 평생 이루고 싶은 꿈 하나즘은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 꿈으로 가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어린 나이부터 준비해가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성인이 된 이후 어느 시점에 꿈을 찾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인생의 목적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듯이 계속 노력하고도 그것을 이룰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렇게 삶을 살아나가며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 어느 정도 한계에 대다르면,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는 체념은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에의 집착을 마음에 숨긴채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체념을 하고 있더라도 일생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순간이 갑자기 눈앞에 닥쳐오길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목적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면 당연히 그 기회를 잡기위해 다시 자신이 숨겨두었던 능력을 꺼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누구나 일생에 몇 번의 기회가 찾아오듯 그것을 잡기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결국 그것을 이루어 냈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은 대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평생의 꿈을 이룬 사람들은 그 다음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게 될까? 그들은 이미 자신이 그토록 꿈꿔 왔던 삶의 목적을 이룬 사람들이다. 목적을 이루면 삶이 완성된다고 생각했던 그들 삶의 그 다음은 무엇이어야 할까.
인생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애니메이션 <소울>
애니메이션 <소울>은 그 질문에 대답하는 영화다. 학교 음악 선생님인 조(목소리: 제이미 폭스)는 성공적인 공연을 해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 자신의 꿈이자 목적이라고 믿는다. 학교 음악 선생님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해나가기 보다는 완벽한 공연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어느 날 학교 선생님으로서 계약직 직원이던 그에게 정직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받고 동시에 유명한 재즈 클럽에서 유명 연주자 팀과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받는다. 그런 일생일대의 기회를 앞두고 무척 기뻐하던 그는 급작스럽게 맨홀에 빠져 죽음의 세계로 들어선다.
늘 뛰어난 상상력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픽사는 이번에도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준다. 이미 많이 보아왔던 사후세계를 묘사하는데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관객들도 예상가능하고 다른 이야기에서 많이 보아왔던 익숙한 모습이다. 하지만 <소울>은 거기서 한 걸음 옆으로 나아가 태어나기 전 세상의 모습을 창조하여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출생 전 세상의 모습은 과거 어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아이디어다.
사후 세계는 모든 이가 죽으면 가는 저세상으로의 관문이지만 출생 전 세상은 아기로 태어나기 위한 영혼들이 사는 곳이다. 태어날 존재들은 작고 부드러운 솜사탕처럼 동그란 모습이고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형이상학적 형태를 띄는 선으로 이루어져있다. 출생 전 세상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혼들에게 각자의 특성을 랜덤으로 지정해주고 다양한 멘토들에게 각자가 지구로 가는데 필요한 불꽃, 즉 개인별 특성들을 일깨우게 교육 시키는 곳으로 묘사된다. 그 특성은 개개인의 성향이나 능력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지구로 가야할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생일대의 기회 앞에 죽은 조의 저세상 탈출기
이야기의 주인공 조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는 대열에서 탈출해 출생 전 세상으로 떨어지고 여기서 아직 태어나지 못한 22(목소리: 티나 페이)를 만난다. 22는 여러 위인들에게 맡겨져 교육을 받았지만 아직 자신의 마지막 특성을 찾지 못해 긴 시간동안 태어나지 못한 캐릭터로 지구로 가는 것을 아예 체념하고 있다. 그러니까 22는 아직 그가 지구로 가야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다. 조와 22는 완전히 대조되는 인물이다. 조는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인물이고, 22는 그 삶을 시작 하기 원치 않는 인물이다. 그렇게 두 인물이 티격태격 하는 과정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든다.
<소울>은 이렇게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그 삶으로 가기 싫은 사람이 만나 살아간다는 가치를 알게 해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인물인 조는 자신의 삶이 초라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인생이 공허하고 아무것도 이룬게 없다고 생각하는 그가 22의 멘토로 도움을 주려한다. 22가 찾지 못한 22의 능력은 무엇일지 알 수 없다. 그것에 대한 궁금증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동력 중 하나다. 링컨이나 소크라테스 같은 위인들이 22의 멘토가 되어 그 능력을 찾아주려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래서 22는 조가 살아온 삶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멘토가 그렇게 평범한 인물이라면 당연히 자신이 지구에서 태어날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조의 삶은 마치 텅빈듯 너무나 공허하고 평범했기 때문이다.
이후 <소울> 의 이야기는 다시 지구에서 진행되는데, 조는 고양이의 몸으로, 22는 조의 원래 몸으로 들어가 뉴욕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소동들을 보여주는데 꽤 따뜻하고 유쾌하다. 조의 저녁 공연을 치뤄내기 위해 그들이 여러 곳을 다니게 되는데, 그 와중에 그들이 한 일은 피자를 먹고, 엄마의 가게에서 대화를 하고, 이발소에서 이발사와 대화를 하는 등 아주 평범한 일들이다. 또한 멍하니 거리에 앉아 낙엽이 떨어지는 풍경을 보고 여기저기서 대화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스쳐 지나치는 장면들을 경험한다. 이 장면들은 <소울>이 가장 신경써서 묘사하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매우 디테일하고 따뜻한 톤으로 묘사된 이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은 무척 아름답다.
태어나는 것을 아예 포기해버린 22와 삶을 이어나가려는 조를 대비 시켜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조와 22는 고군분투하며 노력하여 조가 원했던 것과 22가 원했던 것을 이루어낸다. 특히 조는 자신이 진정으로 이루고싶어했던 그 목적에 다다른다 하지만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 그 자신도 질문을 던진다. 그와 22가 같이 경험했던 그 순간들은 둘에게 어떤 깨달음을 준다. 그건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이유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두 캐릭터가 그 일을 겪고 나서 조는 삶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았고, 22는 한 번도 가지지 못한 삶을 경험해보고 싶어한다. 그들이 이야기 속에서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는 영화를 직접 보면서 개개인이 느끼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영화가 던진 질문을 조와 22가 하는 모험을 통해 보여주지만 결국 답은 관객 자신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 <소울>의 공동 감독 중 한 명인 피트 닥터는 <업>(2009) 이나 <인사이드 아웃>(2015) 같은 작품에서도 뛰어난 상상력과 따뜻한 이야기를 훌륭하게 전달했던 감독이다. 이번 <소울> 도 이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출생 전 세계를 보여주고, 삶의 가치나 목적에 대한 이야기를 따뜻하고 세심하게 전달하고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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