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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와 몸이 바뀐 여고생-<프리키 데스데이>(2020)영화와 맥주 한 잔 2021. 1. 7. 10:05
가까운 가족을 잃고 남은 삶을 이어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아픈 일 뒤로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는 슬픔을 꾹꾹 마음에 담고 다시 일상을 이어가려고 노력한다. 다시 친구들을 만나고, 남은 가족들과 둘러앉아 식사를 한다. 그리고 아픔 이전에 했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이어나가려 노력한다. 누군가를 잃고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그저 습관처럼 일상을 다시 시작하려 애쓴다.
하지만 그 상실감은 한 번에 치유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매일 술을 마셔야 잠을 잘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은 그저 자신의 방 안에서 음악이나 인터넷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점점 더 우울감은 커지고 외부 활동은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어깨는 움츠러들고 누군가가 자신을 괴롭혀도 그저 그냥 조용히 넘길 뿐이다.
영화 <프리키 데스데이>는 주인공 릴리(캐서린 뉴튼)의 이야기를 공포 장르에 녹여 보여준다. 릴리는 일 년 전 자신의 아버지를 갑자기 잃었다. 그 이후 릴리와 엄마, 그리고 언니는 슬픔 속에 지냈지만 현재는 다시 평범한 일상을 지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엄마는 릴리와 언니가 없을 때 와인을 마시며 아픔을 이겨내고, 릴리는 학교에서 매우 소심하고 말이 없는 아이로 지내고 있다. 그나마 언니는 자신의 일인 경찰 업무를 보며 아픔을 잊고 있지만 그것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다.
이 세 가족이 둘러앉아 아침 식사를 할 때, 모두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지만 사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아직 남아있는 상대방의 아픔을 본다. 이런 점들을 보면 일반적인 드라마 장르의 영화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공포 영화의 테두리 안에 있지만 감독의 전작이었던 <해피 데스데이>처럼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성장과 극복의 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있다.
영화 속 릴리는 학교 생활을 간신히 이어가다가 마을에 나타난 연쇄 살인마 부처(빈스 본)와 마주치게 되고, 어떠한 이유로 둘의 몸이 바뀌어 버린다. 영화는 이 둘의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보여주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또한 주인공 릴리로 하여금 진정으로 자신을 위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며 따뜻함도 전달하려 한다.
영화는 공포영화답게 잔인한 장면이 간간히 등장하고, 유머 코드와 드라마적 요소를 골고루 보여주며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려 노력한다. 감독 크리스토퍼 랜던이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장르의 혼합이 그대로 이번 영화에 이어진다. 너무 적정하게 분배가 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관객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영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주연 배우인 캐서린 뉴튼은 사랑스러우면서도 차가운 연기로 여학생과 살인자를 잘 표현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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